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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도시가 더운 이유, 그리고 누가 가장 피해를 입는가

도시가 더운 이유는?

 

1. 도시의 구조는 왜 열을 가두는가 – 복사열과 불투수면의 함정
도시는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환경이다.
하지만 그 구조는 종종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며,
‘더운 도시’를 만드는 주범이 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현상이다.

도시 열섬은 아스팔트, 콘크리트, 유리 외장 건물 등
복사열을 흡수하고 축적하는 자재들이 밀집해 있을 때 발생한다.
이 자재들은 낮 동안 태양열을 저장하고,
밤에도 천천히 방출하며 도시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높인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는  투수성이 없는 포장재(불투수면)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이 건조하고 뜨겁게 유지되는 조건이 완성된다.
심지어 풍속까지 줄어들어, 공기 순환도 방해된다.

결국, 도시의 구조는 자체적으로 열을 생산하고,
그 열을 배출하지 못한 채 축적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린다.
그 안에서 더운 공기는 내려가지 않고, 더 뜨거운 삶이 반복된다.

2. 도시가 더운 이유 – 그늘 없는 거리와 녹지의 부재
도시가 더운 이유는 단지 기후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설계 그 자체가 더위를 유발하고 방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원인이 바로 녹지 부족이다.

도시의 녹지와 가로수는 단지 미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온을 조절하는 자연 냉각 장치다.
나무 한 그루는 하루에 약 250리터의 수분을 증발시키며
주변 온도를 2~4도 낮추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저소득층 밀집 지역일수록
공원 접근성이 낮고, 가로수가 부족하며,
도심 내 거리에도 그늘막 하나 없이
노출된 금속 벤치와 흰 콘크리트 벽면만이 열을 증폭시킨다.

또한, 도시의 건축물 배치는 공기 순환을 고려하지 않고,
효율성과 개발 우선주의에 따라 설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바람길은 차단되고, 열은 갇히며,
체감 온도는 같은 날씨라도 동네마다 5~7도 이상 차이가 발생한다.

즉, 도시가 더운 이유는 설계의 문제이며,
그 더위는 사회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열 환경의 불균형이다.

3. 피해는 누구에게 집중되는가 – 도시 구조가 만든 불공정
폭염이 심해지는 시대,
도시의 더위는 모두에게 똑같이 닥치지 않는다.
피해는 도시 내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집중된다.

예를 들어, 옥탑방이나 반지하처럼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은 주거지는
직사광선과 복사열에 그대로 노출된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만성질환자, 어린이 등
신체적 저항력이 낮은 사람들은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 실내에서조차
생명 위험 수준의 온도에 노출된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폭염일수 증가와 함께 에너지 빈곤층의 열사병 발생률도 상승했으며,
그 대부분은 냉방기기 보유율이 낮고, 요금 부담 때문에 사용을 제한하는 가구였다.

또한, 노숙인, 실외 노동자, 이주민처럼
냉방 환경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일상에서 거리 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역시
가장 높은 위험군에 포함된다.

결국, 도시가 만든 구조는
누가 더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누가 그대로 노출되어야 하는지를 미리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4. 누가 보호받고, 누가 소외되는가 – 도시의 기후 정의 실현은 가능한가
도시의 더위는 사회적으로 설계된 결과라면,
그 피해 또한 정책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누가 보호받고, 누가 소외되는가?”

도시의 중심부에는 냉방이 잘 되는 건물,
풍부한 녹지, 미스트가 설치된 정류장,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공간이 많다.
하지만 외곽, 낙후 지역, 취약 계층 밀집 지역에는
이러한 기후 대응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시 설계와 공공 정책이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온 지도 + 소득 지도 겹친 지역 우선 설계
✅모바일 쿨링센터, 야간 쉘터, 공공 냉방 서비스 확대
✅폭염 취약 가구 대상 냉방비 지원 + 단열 개선 사업
✅바람길 확보, 녹지 의무화, 도시 재설계 계획 반영

기후 위기는 계속되겠지만,
그 피해가 누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는 설계와 정책에 달려 있다.

이제 도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누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직시하고,
그들을 위한 시원한 도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도시가 더운 이유는 설계의 문제이며, 피해는 가장 약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기후 정의는 도시 구조와 정책 설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도시가 더운 이유, 그리고 누가 가장 피해를 입는가
도시가 더운 이유, 그리고 누가 가장 피해를 입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