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온은 같아도 여름은 다르다 – 체감 온도의 계층화
여름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 모든 사람의 체감은 똑같을까?
뉴스에서는 "전국 폭염 경보"를 알리지만,
실제 더위가 주는 고통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기후 불평등은 단지 지구 전체의 환경 문제가 아니라,
도시 내부의 생존을 나누는 기준이 되고 있다.
고소득층은 쾌적한 실내, 냉방 설비, 에너지 여유를 가지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선택’을 가진 반면,
저소득층은 냉방기기가 있어도 **전기요금이 두려워 틀지 못하거나,
열이 가득 찬 반지하에서 견뎌야 하는 ‘선택권 없는 더위’**를 감당한다.
서울시의 폭염 피해 조사에 따르면,
폭염 질환자 중 절반 이상이 에어컨 없이 생활하는 저소득층 고령자였다.
같은 기온에서도 누구는 숨 쉴 수 있고, 누구는 숨이 막히는 여름,
그것이 바로 '여름의 계급 격차'가 존재하는 이유다.
2. 냉방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 냉방권과 에너지 빈곤
한여름, 에어컨을 켜는 것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 ‘적절한 냉방을 받을 권리’, 즉 냉방권(Right to Cooling)은
이제 생존을 위한 기본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에너지 빈곤층은 냉방기기가 있어도 전기요금 부담으로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
한국에너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 중 약 62%가 여름철 냉방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피한다고 답했다.
냉방이 부족하면 단순히 불쾌한 것이 아니라
열사병, 심장질환, 만성질환 악화 등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로 연결된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아동 등 기후 취약 계층은
냉방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생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더위는 평등하지 않다.
그렇다면 냉방 역시 사회 전체가 보장해야 할 기후 복지의 영역이어야 한다.
냉방권은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핵심 지표가 되어야 한다.
3. 같은 도시, 다른 온도 – 열섬과 도시 설계의 차별
도시의 여름이 더운 이유는 단순히 기후 변화 때문만이 아니다.
도시 자체가 열을 가두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조는 소득 수준과 계층에 따라 체감되는 방식이 다르다.
도시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은
도로, 건물, 아스팔트 등 열을 흡수하는 재료들로 인해
도시 중심의 온도가 주변보다 2~7도 이상 높은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열섬 지역이 저소득층 주거 밀집 지역과 겹친다는 사실이다.
반지하, 옥탑방,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단열도 통풍도 안 되는 공간에서 여름을 견뎌야 하고,
녹지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늘도 없이 일상을 살아간다.
반면 고소득층 주거지는
녹지, 바람길, 냉방 인프라가 잘 설계된 기후 적응형 공간으로
같은 도시 안에서도 기온 차이, 체감 온도, 생활 질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도시의 더위는 설계된 것이며,
그 더위를 누가 감당할지는 이미 구조 속에서 정해져 있다.
4. 기후 정의 없는 도시엔 미래도 없다 – 설계와 정책의 책임
기후 위기는 ‘전 인류의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그 피해는 가장 약한 사람부터 감당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불평등은 이미 도시의 구조 속에 뿌리내려 있다.
공공 쿨링센터, 쉘터, 에너지 지원 정책은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쿨링센터가 낮 시간에만 운영되고,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며,
이동조차 어려운 계층이 많은 상황이다.
도시는 이제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누구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냉방이 소득과 무관하게 보장되는가?
✅열섬 지역에 먼저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가?
✅도시 설계에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고 있는가?
기후 정의는 거대한 선언이 아니라,
하나의 그늘막, 하나의 쿨링센터, 하나의 정책에서 시작된다.
더위는 평등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도 평등해서는 안 된다.
차등적이고 맞춤형이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
여름을 살아낼 수 있는 권리는 더 이상 일부만의 것이 어선 안 된다.
같은 여름, 같은 도시. 하지만 더위는 평등하지 않다. 냉방권과 기후 정의는 이제 생존을 가르는 조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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