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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에어컨 없는 집, 뜨거운 밤을 견디는 사람들

1. 에어컨 없는 집, 점점 더 늘어나는 현실
에어컨 없는 집은 과거에는 그리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폭염이 일상이 된 여름,
에어컨 없는 집에서의 생활은 곧 고통의 연속이 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과 도시 열섬 현상으로
야간 최저기온조차 식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더는 자연 바람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가정이
에어컨 없는 집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1인가구 및 저소득층, 고령자 세대일수록
냉방기기의 설치 비율이 낮고, 설치되어 있어도
전기 요금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에어컨 없는 집’은 단순한 기기 부재가 아닌
경제적, 구조적 불평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은 특히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시기에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잠들 수 없는 밤, 식지 않는 방, 축축한 이불,
그리고 반복되는 불면은 신체 리듬을 무너뜨리고,
심혈관계 질환이나 스트레스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에어컨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밤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2. 뜨거운 밤, 누구는 견디고 누구는 식힌다
도시의 열기는 낮보다 밤이 더 무섭다.
해가 진 후에도 콘크리트 구조물에 흡수된 열이 계속해서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히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야간 기온이 30도 가까이 유지되는 일도 빈번하다.
이른바 ‘도시형 열대야’ 현상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컨이 없는 집은 그야말로 불가마 속과 다름없다.

반면,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은 다르다.
건물 구조가 단열에 유리하고, 창문에는 블라인드나 이중 유리창이 설치돼 있으며,
냉방기기를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
그들에게 뜨거운 밤은 단지 에어컨의 리모컨 버튼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다.

이처럼 에어컨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밤에도 마음대로 잠들지 못하고,
선풍기, 물수건, 창문 열기, 창문 닫기 등을 반복하며
일상적으로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들은 물리적 더위뿐 아니라,
사회적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까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나,
지병이 있는 노인이 함께 사는 집에서는
더위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뜨거운 밤은 단지 불편한 밤이 아니라,
삶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위기의 밤이다.

3. 에어컨 없는 집에서 살아남는 법
에어컨 없는 집에서 여름을 버티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노하우가 된다.
에어컨 없이도 어떻게든 더위를 견디기 위한 ‘생활의 기술’이
각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여간다.

대표적인 생존 전략은 ‘공기 흐름의 조절’이다.
낮 동안은 커튼을 닫아 햇빛이 실내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고,
밤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창문을 열어 대류현상을 이용한 자연 환기를 유도한다.
하지만 도심 속 다세대 주택이나 반지하, 옥탑방에서는
이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전략은 차가운 물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찜질팩을 얼려 베개 위에 두거나,
찬물 샤워 후 물기를 그대로 말리지 않고 선풍기를 틀어
증발 냉각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냉장고에 넣은 물수건을 몸에 감는 것도 널리 쓰이는 방법 중 하나다.

세 번째는 선풍기의 효과적인 활용이다.
단순히 바람을 쐬는 것을 넘어서
선풍기 앞에 얼음팩이나 젖은 수건을 두어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선풍기를 창문 방향으로 틀어
실내의 더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는 방식도 병행된다.

이러한 생존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폭염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결국 가장 안전한 방법은 냉방시설이 보장된 공간의 확보이며,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4. 에어컨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에어컨 없는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위보다 불평등에 더 지쳐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전기요금이 걱정되어 냉방기를 꺼두는 현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부족한 동네,
폭염 쉼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거나
너무 멀리 있어서 갈 수 없는 상황.
이 모든 것이 사회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공 냉방 복지의 확대다.
정부와 지자체는 여름철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더 많은 대상에게 지급하고,
노후주택 단열 보강, 창호 개선 등
주거 환경 개선사업을 폭염 대응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

둘째로, 무더위 쉼터의 접근성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주민센터나 경로당 중심이 아니라
학교, 편의점, 지하철 역사 등
실제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폭염 대피소’라는 개념을 사회 전반에 널리 알리는 노력도 중요하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도시계획과 건축 기준을 폭염에 대응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
건물의 차열 기능을 강화하고,
주거 밀집 지역에 녹지와 바람길을 조성하여
자연적인 온도 하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어컨 없는 집에서 뜨거운 밤을 견디는 사람들은
단지 더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주거권과 건강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더위’라는 현상을 넘어서
그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 구조와 책임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할 때다.

에어컨 없는 집, 뜨거운 밤을 견디는 사람들
에어컨 없는 집, 뜨거운 밤을 견디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