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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기후위기는 약자를 먼저 덮친다. 여름 폭염의 사회적 그림자

1. 평균 기온이 아닌, 평균을 넘는 피해 – 기후 불평등의 출발점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오지만, 그 피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특히 여름 폭염은 도시 내에서 누가 더위에 노출되고, 누가 피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극단적인 체감 온도와 건강 격차를 만들어낸다.

기온 35도라는 숫자는 같아 보이지만,
냉방이 가능한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옥탑방·반지하·무단열 노후 주택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여름은 완전히 다르다.

도시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은
아스팔트, 고층 건물, 콘크리트 외장재 등이
태양열을 흡수하고 방출하지 못해
도시 중심의 온도가 외곽보다 최대 7도 이상 높은 상태를 지속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열섬 구간이 주로 저소득층, 취약계층 주거지와 겹친다는 것이다.
즉, 폭염은 자연재해이지만, 그 피해는 사회 구조가 결정한다.

2. 냉방은 모두의 권리가 아니다 – 에너지 빈곤과 생존권
폭염 속에서 가장 강력한 생존 장치는 에어컨과 공공 쉘터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은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하루 2시간 미만만 가동하거나, 아예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에너지 빈곤(Energy Poverty)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생존권 위협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냉방기기를 보유한 저소득층 중 50% 이상이 실제로는 냉방을 제한하고 있으며,
냉방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전기요금 부담”이다.

폭염에 노출된 사람들은 열사병, 탈수, 심혈관 질환 등
건강상 위기를 훨씬 더 자주, 더 빨리 겪게 되며,
특히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는 이 불평등의 직접적 피해자다.

냉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권리,
그렇기에 냉방권(Right to Cooling)은 이제 사회가 보장해야 할 기후 정의의 핵심 요소다.

3. 도시 구조는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 – 설계의 공공성
폭염 피해는 단지 기온 때문만이 아니라,
도시 구조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외면했는가의 문제다.
도시에는 분명 그늘이 많은 동네와, 그늘이 하나도 없는 동네가 존재한다.

잘 설계된 고소득 주거지는
가로수, 공원, 단열 건축, 바람길 등
기후 적응형 설계 요소가 곳곳에 반영되어 있지만,
저소득층 밀집 지역은
열을 반사하고 저장하는 구조물로 채워져 있고,
나무 한 그루 없이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다.

쿨링센터, 쉘터, 미스트 분사 시설 등
공공 냉방 인프라 역시 지역별 편차가 크고,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이 많은 지역일수록
접근성과 이동성이 낮아 실질적 이용이 어렵다.

도시는 단지 '공간'이 아니라,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구조다.
폭염이 약자를 먼저 덮치는 이유는
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4. 기후 정의는 말이 아니라 설계에서 시작된다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는
기후 변화의 피해가 불평등하게 분포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책임이자 정책 원칙이다.
그리고 이 정의는 설계와 제도 안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정책 방향]
폭염 취약 지역 우선 지원 정책
→ 열섬 지도 + 소득 지도 + 주거 유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냉방기기 보급, 전기요금 지원, 단열 리모델링 우선 배정

이동식 쿨링쉘터 및 그늘막 확대
→ 고정형 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는 유연한 쿨링 시스템 도입

기후민감 설계 반영한 도시 재구조화
→ 바람길 확보, 공공녹지 확대, 보행자 중심 그늘거리 설계

에너지 복지 제도화
→ 냉방권을 공공의 권리로 법제화하고,
기후 취약계층 대상 기후 복지 예산 편성 확대

기후 위기는 ‘날씨’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불평등한 재난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약한 고리를 보호할 것인지, 방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서 있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오지만, 피해는 평등하지 않다. 여름 폭염은 약자를 먼저 덮치며, 기후 정의는 도시 설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약자를 먼저 덮친다. 여름 폭염의 사회적 그림자